1. 서 론
옻칠의 기원은 중국 요순시대 때부터 기물에 칠해 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, 8,000여 년 전 주나라로부 터 한국과 일본으로 전파되었다(Chen, 1974; Chen, 1996; Song, 1998). 우리나라 옻칠의 기원은 불확실 하나 기원전 3세기 아산 남성리 유적에서 칠편(漆片) 이 출토된 바 있고, 현존하는 최고(最古)의 칠기문화 재로는 기원전 108년에 제작된 낙랑시대의 목심칠기 및 협저칠기가 있다(Choi, 2011; Kim, 2007). 옻칠은 고유의 색, 우아한 광택뿐만 아니라 내구성과 유연성 을 가지며 방수, 방부 그리고 방충 등 뛰어난 효과로 인해 고대에서부터 오늘날까지 내구성이 필요한 기 물에 도료로 이용되었다. 우리나라 고문헌인 산림경 제(山林經濟), 규합총서(閨閤叢書), 오주서종박물고 변(五洲書種博物考辨) 등의 기록에 의하면 옻칠을 이용하여 깨진 토기나 자기, 기와 등을 수리할 때 접 착제로 사용하였고, 현재에도 목조불상 개금 시 금박 과 불상 접착 시에 이용된다(Lee, 1809; Lee, 1834;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, 2014; Yang and Moon, 2005). 근대시기 전에 칠기문화재 제작, 보존 및 복원 시 전통재료인 옻칠을 사용하였 다. 하지만 1980년대부터 근대화로 인해 서양 문물 이 유입되면서 옻칠보다 사용하기 편리한 캐슈칠과 Polycite와 같은 현대식재료가 사용되기 시작했으 며, 오늘날에는 이러한 현대식 합성도료와 전통옻칠 과 같은 천연도료가 더불어 사용되고 있다. 베니스 헌장, 나라문서 그리고 문화재보존가를 위한 윤리 지침에는 문화재 원형보존에 대한 원칙과 보존 및 복원에 있어 사용되는 재료 또한 원형과 동일해야 된다는 등 진정성에 대한 내용이 제시되어 있다(Do and Lee, 1998; Choi, 2008;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, 2012). 따라서 칠기문 화재 보존에 동일한 천연옻칠을 이용하여 보존 및 복원을 실시해야 한다. 그러나 사용성이 용이한 현대 재료가 실제 문화재 현장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추세 이다. 현대식 합성도료는 우리나라 천연도료인 옻칠 과 성분이 유사하고 색과 향이 비슷해 전문가들도 쉽게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. 옻칠의 주요 구성성분인 Urushiol은 Benzene 고리 1번, 2번 탄소 에 수산기(Hydroxyl group)가 결합되어 있으며 3번 탄소에는 Alkyl 사슬고리가 결합된 형태이다(Fig. 1 (A)). 캐슈칠의 주요 구성성분은 Cardanol이며 Benzene 고리 1번 탄소에 수산기가 결합되어 있으며 3번 탄 소에 Alkyl 사슬고리가 결합되어있는 구조이다(Fig. 1 (B)). 이와 같이 구성성분의 유사성이 매우 크기 때문 에 분자구조를 분석하는 유기분석으로 이를 구분하 는 게 쉽지 않다. 특히 기존에 진행된 옻칠성분 연 구는 근대시기부터 사용된 현대식 합성도료라는 점 을 배제하고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옻칠과 캐 슈칠을 분석하고 차이점을 밝혀낸 연구는 미비한 실정이다.
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현재 문화재 보존 및 복원처리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천연도료와 합성도료를 선정하여 시료를 제작하고 이에 대한 분석학적 차이 를 적외선분광분석과 Pyrolysis-Gas Chromatography / Mass Spectrometer를 이용하여 분석하고 나타나는 특징을 규명하여 이를 식별할 수 있는 키워드를 찾 고자 하였다.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칠기문화재에 사용된 칠의 성분을 확인할 수 있고, 진정성 있는 문 화재 보존 및 복원처리를 가능하게 하고자 한다.
2. 재료 및 방법
칠기문화재에는 옻칠이나 캐슈칠과 같은 도료를 바탕으로 된 소지목재(素地木材) 위에 칠한다. 따라 서 재료는 목재와 도료를 선정하여 시료를 제작하였 다. 목재는 우리나라 목재문화재에서 흔히 사용되는 소나무류(Hard pine)로 선정하였고 그 위에 천연도료 와 합성도료를 이용하여 3회 칠을 하였다. 도료는 문 화재수리기술자와 문화재수리기능자 칠장과 같은 현 장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여 문화재 현장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도료를 선정하였다. 옻칠 시료 는 국내산 옻칠과 중국산 옻칠을 선정하였고 캐슈칠 시료는 국내산 캐슈칠과 일본산 캐슈칠을 선정하였 다. 옻칠은 상대습도 75%, 온도 27°C 환경에서 건조 하였고 캐슈칠은 상온에서 건조하였다. 시료는 문화 재수리기술자, 문화재수리기능자 칠장에게 의뢰를 맡겨 제작하였다. 도료의 건조 상태는 KS M 6050에 준하여 지촉검사를 통해 확인하였다. 제작된 시료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 온도 22°C, 상대습도 60%가 유지 되는 항온항습실에서 보관하였다(Table 1).
Base | Type | Varnish | Storage Environment |
---|---|---|---|
Wood (Hard pine) | Natural varnish | Korean lacquer | Temperature: 22°C |
Chinese lacquer | |||
Synthetic resin varnish | Korean CNSL | Relative humidity: 60% | |
Japanese CNSL |
칠기문화재는 일반적으로 소지목재 위에 도료를 칠하여 제작한다. 예로부터 우리나라 전통가구 등 목 재의 사용재료로는 소나무, 느티나무, 잣나무, 전나 무, 참나무, 오동나무, 먹감나무, 물푸레나무, 단풍나 무 그리고 참죽나무 등이 쓰였으나 그중 소나무가 가장 흔하게 사용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기 때문에 소 지목재로 소나무를 선정하였다(Kim and Park, 2006). 목재는 수종분석을 실시하여 소나무과(Pinaceae) 소 나무속(Pinus spp.) 소나무류(Hard pine)임을 확인하 였다(Fig. 2).
우리나라 옻칠은 옻나무(Rhus vernicifera)에서 채 취한 옻액을 이용하여 제작된다. 주성분은 Urushiol 이며 그밖에 고무질, 수분, 라카아제, 당단백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. Urushiol은 점성이 있는 무색 액체이 며 끓는점은 210~220°C (0.4~0.6 mmHg)이고 공 기 중에 검게 변하여 진득하게 되어 응고된다. Urushiol은 Benzene 고리 1번, 2번 탄소에 수산기가 결합되어 있으며 3번 탄소에 알킬사슬고리가 연결되 어있는 구조이다. 옻칠은 라카아제의 효소 작용에 의 해서 건조가 진행된다고 밝혀져 있다(Kenjo, 1986; Kim and Lee, 2002). 70% 이상의 습도와 20°C~28°C 정도의 온도가 유지되며 산소가 존재하는 조건 에서 경화가 일어나며 만약 40°C를 넘는다면 라카아 제가 불활성화 되어 경화는 일어나지 않는다. 옻칠건 조는 Urushiol이 라카아제 효소 촉매작용에 의해 O-semiquinone radical을 생성하고 이 Radical은 불균 등한 반응을 하여 O-benzoquinone을 생성하게 된다. 생성된 Semiquinone radical은 방향족 자유 Radical 을 치환시켜 Biphenyl 형태의 이합체를 형성하게 된 다. 또한, O-benzoquinone은 Urushiol 알킬사슬고리 와 반응하여 다른 Urushiol 분자와 결합할 수 있는 Radical을 생성하게 된다. 이러한 이합체는 O-quinone과 계속적인 반응을 통해 다량체(Polymer)를 형 성하며 경화하게 된다. 이러한 경화과정은 산화적 고 분자 반응으로 산소가 반드시 필요하며 Urushiol 기 능기가 큰 역할을 한다. 경화반응으로 인해 Urushiol 단량체 비율이 30% 이하가 되면 Urushiol 곁사슬 이 중결합에 의해 자발적 산화작용이 일어나 도막을 형 성하게 된다. 본 연구에서는 생칠을 칠하여 제작하였 으며 각각 국내산 옻칠과 중국산 옻칠을 이용하여 시료를 제작하였다.
캐슈칠은 Cashew nut shell liquid (CNSL)를 주원 료로 사용한다. 캐슈칠의 주성분은 Anarcardic acid 와 Cardanol이 90% 정도를 차지하고 나머지 10%는 2-Methyl cardol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(Fig. 3). Cardanol은 옻칠의 주요 성분인 Urushiol가 매우 유 사한 분자구조를 하고 있다. Cardanol은 Benzene 고 리 1번 탄소에 수산기가 결합되어 있으며 3번 탄소 에 알킬사슬고리가 연결되어있는 구조이다. 캐슈칠 은 산소 존재 하에 촉매작용을 통해서 Cardanol이 결합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Cardanol의 알킬사슬고 리와 라디칼이 형성된 곳에서 결합이 이어지면서 Cardanol polymer를 형성하게 된다(Fig. 4). 촉매는 산화촉매, 산촉매, 금속촉매 등이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. 본 연구에서는 국내산 캐슈칠(동방카슈 공업사, 기본색)과 일본산 캐슈칠(Polycite, 기본색)을 이용하여 시료를 제작하였다.
적외선분광분석은 적외선을 시료에 조사하였을 때 분자에서 적외선을 흡수하기 위해 진동이나 회전운 동으로 인한 쌍극자모멘트의 알짜변화가 일어난다. 이때 IR 복사선에 따라 여러 진동과 회전상태 사이 에 작은 에너지 차이를 가지고 있는 분자화학종에서 만 한정흡수 되는데 이때 나타나는 차이를 이용하여 분자구조를 식별하고 분석하는 원리이다(Holler et al., 2007). FT-IR 분석을 통해서 각 도료에 대한 스 펙트럼을 확인하고 비교분석을 실시하였다. 그리고 동일한 환경에서 안정화 시킨 시료를 이용하여 정밀 한 분석을 통해 지문영역의 차이점을 확인하고자 하 였다.
본 연구에서는 FT-IR Spectrometer (Alpha, Bruker, Germany)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. 분석 조건은 적외 선이 투과되기 어려운 고체 시료이기 때문에 감쇠전 반사(ATR) 방식을 선택하였고 스펙트럼 분해능은 4 cm-1, 측정 범위는 400~4000 cm-1에서 48회 스캔 하였다.
열분해 가스크로마토그래피-질량분석(Py-GC/MS) 은 순간적으로 열을 가하는 Pyrolyzer와 열에 의해서 분해될 때 나타나는 성분을 가스크로마토그래피를 이용하여 나눈 뒤에 질량분석기를 이용하여 분자량 을 확인하여 표준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성분을 분석하는 방법이다(Holler et al., 2007). 고분자 재료 및 유기물 성분분석에 활용되고 있으며 극미량의 시 료도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문화재 분석 분야에서 도 사용되는 추세이다.
Py-GC/MS를 이용한 도료 성분분석에 사용된 Pyrolyzer은 JAI Portable Pyrolyzer JCI-21이 부착된 HP6890N Series GC/MSD system으로 열분해 온도 는 600°C로 실시하였다. GC/MS (GC: 7890A, MS: 5975C, Agilent, USA)를 사용했으며, 분석용 컬럼은 DB-5ms capillary column, Agilent, USA를 이용했다. Oven 온도는 40°C에서 5분 동안 유지 후 300°C까지 분 당 20°C의 속도로 온도를 올려 최고온도에서 10 분 동안 유지하였다. 주입구 온도는 250°C이며 질량 분석기(Mass spectrometer)의 Ion source는 EI 70 eV 이다. Split 모드로 Carrier gas는 He (99.99%)을 사 용하여 1.0 mℓ/min.의 유속을 이용하였다. 분석을 통 해 검출된 화합물은 旣구축 된 라이브러리 값과 비 교분석을 실시하였다.
3. 결 과
적외선분광분석 결과 공통적으로 모든 시료에서 옻칠의 주성분인 Urushiol polymer의 특징과 캐슈칠 의 주성분인 Cardanol polymer의 특징에 의한 피크 가 비슷하게 관찰되었다(Fig. 5~Fig. 8). 수산기 (-OH)에 의한 넓은 흡광피크가 3560~3200 cm-1에 서 확인되었으며 메틸렌기(-CH3, =CH2)의 비대칭, 대칭 신축(Stretching) 진동에 기인하는 2920 cm-1, 2850 cm-1에서 예리한 피크(Chelae peaks)가 관찰되 었다. 1730~1600 cm-1의 흡광피크는 C=C, C=O 이 중결합에 의한 신축진동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 다. 1455 cm-1에서는 메틸렌기의 굽힘(Bending) 진동 에 기인하는 피크가 관찰되었다.
옻칠과 캐슈칠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차이점은 1000 cm-1 이하의 지문영역대에서 관찰된다. 국내산 옻칠과 중국산 옻칠에서는 720 cm-1에서 예리한 피 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Urushiol polymer의 특 징인 1,2,3-Trisubstituted benzene에서 나타나는 피크 이다(Coates, 2006; Socrates, 2004; Cho, 2000; Weigel, 1992).
반면에 국내산 캐슈칠과 일본산 캐슈칠에서는 750 cm-1, 720 cm-1, 696 cm-1와 같은 3개의 영역에서 예 리한 피크가 관찰되는데 이는 Cardanol polymer의 특징인 1,3-Disubstituted benzene에 의한 굽힘 진동 에 기인하는 피크이다(Coates, 2006; Socrates, 2004; Weigel, 1992).
이러한 차이점은 지문영역을 확대하여 관찰하면 더 자세하게 확인할 수 있다(Fig. 9).
Py-GC/MS 분석 결과 공통적으로 모든 시료에서 옻칠의 주성분인 Urushiol polymer의 특징과 캐슈칠 의 주성분인 Cardanol polymer의 특징에 의한 성분 이 유사하게 검출되었다(Figs. 10~13). 검출된 성분 은 Urushiol 및 Cardanol polymer의 유래 성분인 Benzene계 화합물 및 Phenol계 화합물이 검출되었 고 그 뒤에 알킬사슬고리에 속하는 R기에서 유래된 -cene, -cane, -canol과 같이 Alkene, Alkane 등의 성 분이 검출되었다(Nimura and Miyakoshi, 2003) (Tables 2~5).
옻칠과 캐슈칠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차이점은 특 정 이온을 검출하는 방법인 Extracted ion chromatogram (EIC)을 적용했을 때 확인할 수 있다. EIC (m/z 88)에서 국내산 옻칠과 중국산 옻칠에서는 나 타나지 않는 성분이 국내산 캐슈칠과 일본산 캐슈칠 에서 확인할 수 있다(Fig. 14 and Fig. 15). 캐슈칠에 서 EIC (m/z 88)을 확인하면 Retention time 5분대에 강한 피크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Mass chromatogram으로 비교분석 하면 Hexanoic acid (MW: 116) 로 확인된다(Fig. 16 and Fig. 17). 캐슈칠은 상온에서 건조되지 않기 때문에 건조제와 같은 화학성분을 첨가 하여 제작되는데 이때 Hexanoic acid가 Varnish 건조 제 성분으로 사용된다고 알려져 있으며 캐슈자체에도 극미량으로 존재하는 성분이다(Larranaga et al., 2016). 이러한 건조제가 미량으로 잔존하여 분석된 것으로 사료된다.
4. 결론 및 고찰
본 연구는 문화재 보존 및 복원 현장에서 사용되 는 천연도료인 옻칠과 합성도료인 캐슈칠의 분석학 적 관점에서 나타나는 차이점을 확인하고자 적외선 분광분석과 Py-GC/MS를 이용하여 진행하였다. 이를 바탕으로 옻칠과 캐슈칠의 차이점을 확인하였으며 결론은 다음과 같다.
적외선분광분석에서는 옻칠과 캐슈칠의 주성분에 의해 나타나는 피크는 매우 유사하게 관찰되었지만 1000 cm-1 이하인 지문영역대에서 옻칠은 720 cm-1 에서 단일 피크를 확인되는 반면 캐슈칠에서는 750 cm-1, 720 cm-1, 700 cm-1 3개의 피크가 확인된다. 이 러한 피크는 옻칠의 1,2,3-Trisubsituted benzene과 캐 슈칠의 1,3-Disubstituted benzene의 차이에 의해 나 타나는 것으로 사료된다.
Py-GC/MS에서는 옻칠과 캐슈칠의 주성분에 유래 되는 성분은 매유 유사하게 관찰되었지만 Extracted ion chromatogram (m/z 88)을 확인한 결과 캐슈칠에 서는 Hexanoic acid가 검출된 반면 옻칠에서는 확인 되지 않았다. Hexanoic acid는 캐슈칠의 건조에 필요 한 화학첨가제로 알려져 있으며 캐슈에도 극미량 함 유되어 있다. 따라서 잔존하는 미량성분이 검출된 것 으로 사료 된다.
본 연구 분석결과 옻칠과 캐슈칠에서 나타나는 차 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고, 이러한 차이점은 식별 키 워드(Keyword)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. 또한, 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칠기문화 재 보존 및 복원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 한다.